딥마인드를 16년 동안 이끌어온 데미스 허사비스가 CEO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현지시간 8월 5일, 구글은 딥마인드 수장 교체와 함께 27년 차 전설 제프 딘의 퇴사까지 한꺼번에 발표했습니다. 알파벳 주가가 그날 4% 넘게 빠졌을 만큼 시장도 놀란 소식이었는데요. 단순한 인사 발표라기엔 타이밍도, 구성도 심상치 않습니다.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딥마인드 리더십 개편, 하루 만에 벌어진 일
- 제프 딘의 27년, 그리고 디스커버리 루프
- 새 사령탑 카부크쿠오글루, 딥마인드는 어디로
- 솔직히 이건 승진 발표가 아닙니다
- 1년 후를 예측해보면
딥마인드 리더십 개편, 하루 만에 벌어진 일
발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허사비스는 딥마인드 CEO에서 물러나 회장 겸 알파벳 수석 과학자(Chief Scientist)가 됩니다. 순다르 피차이 CEO와 함께 AGI 전략을 다루고, AI 신약 개발 자회사 아이소모픽 랩스는 계속 직접 이끕니다. 근무지도 런던 본사 그대로입니다. 구글 공식 발표에서 그는 “AGI가 눈앞에 와 있다(close at hand)”며, 일상 경영 대신 큰 그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제프 딘의 퇴사, 산제이 게마왓·오리올 비냘스·쿼크 리의 동반 퇴사, 그리고 이들이 세우는 신생 기업 디스커버리 루프 소식까지 함께 나왔습니다. 2010년 창업 이래 이만한 규모의 리더십 변화가 하루에 몰린 적은 없었습니다. 발표 직후 알파벳 주가가 4% 넘게 밀린 것도, 시장이 이 변화를 단순한 인사이동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제프 딘의 27년, 그리고 디스커버리 루프
제프 딘은 구글 검색 인프라와 맵리듀스를 만들었고, 구글 브레인을 세워 현대 AI 시대의 기반을 닦은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27년 만에 회사를 떠나 디스커버리 루프(Discovery Loop)라는 공익법인(PBC)을 공동 창업합니다. 목표는 머신러닝 실험과 과학·공학 연구 사이클 자체를 AI로 자동화하는 것입니다. 우선은 대규모 머신러닝 실험 자동화부터 시작해, 가설 수립부터 실험·분석까지 이어지는 연구 루프 전체를 기계에 맡기는 단계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미국 공학한림원이 꼽은 14대 그랜드 챌린지 대부분에 이 접근을 적용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주장합니다.

네 명의 공동 창업자, 그리고 투자자들
창업 멤버가 화려합니다. 딘과 함께 구글 초기 인프라를 만든 산제이 게마왓, 알파스타와 제미나이를 이끈 오리올 비냘스, 구글 브레인 공동 창업자 쿼크 리까지 네 명입니다. 시드 라운드는 래디컬 벤처스와 코슬라 벤처스가 주도하고 라이트스피드, 클라이너 퍼킨스, 그리고 알파벳 본인까지 참여합니다. 구글이 투자자 겸 클라우드 파트너로 남는 구조라, 완전한 결별이라기보다는 사실상의 분사에 가깝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딘의 첫 X 발표문에는 구글에 대한 감사 인사가 없었고, 몇 시간 뒤에야 별도의 작별 인사가 올라왔습니다. 준비된 퇴장치고는 어딘가 급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새 사령탑 카부크쿠오글루, 딥마인드는 어디로
딥마인드의 일상 경영은 코라이 카부크쿠오글루가 맡습니다. 초창기부터 13년을 허사비스와 함께한 전 CTO이자 구글 수석 AI 아키텍트로, 웨이브넷과 DQN 같은 굵직한 성과 뒤에 있던 인물입니다. 수석부사장(SVP) 직함으로 피차이에게 직접 보고하며 제미나이 모델 개발, 프론티어 연구, 제미나이 앱, 개발자 플랫폼까지 총괄합니다.

보고 라인이 핵심입니다. 연구 조직이던 딥마인드가 이제 구글 CEO 직속의 제품 조직으로 한 단계 더 편입된 셈입니다. 연구자 허사비스의 회사에서, 실행가 카부크쿠오글루의 회사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승진 발표가 아닙니다
공식 자료만 보면 모두가 영전하는 아름다운 개편입니다만, 솔직히 이 발표는 세대교체 통보에 가깝다고 봅니다. 최근 몇 달간 딥마인드에서는 제미나이 공동 리드 노엄 셰지어가 OpenAI로 떠났고, 알파고의 주역 데이비드 실버도 지난 2월 회사를 나왔습니다. 코딩 성능에서는 클로드 오퍼스 5 같은 경쟁 모델에 밀린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앤트로픽은 IPO까지 준비하며 기세를 올리는 중입니다. 인재 유출과 경쟁 압박이 누적된 끝에 나온 개편이라는 해석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인텔에서 봤던 전환 공식
제 예상으로는 허사비스의 수석 과학자 이동은 예우이자 완충 장치입니다. 작년 인텔이 창업 정신을 강조하며 리더십을 바꿨을 때처럼, 상징적 인물은 명예로운 자리로 올리고 실행 권한은 신임 리더에게 몰아주는 전형적인 전환 공식입니다. 다만 이번 사례가 다른 점은, 물러나는 쪽도 떠나는 쪽도 모두 “AGI와 과학 자동화”라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1년 후를 예측해보면
관건은 현재 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제미나이 4입니다. 카부크쿠오글루 체제의 첫 성적표가 될 텐데, 여기서 코딩 격차를 못 좁히면 이번 개편은 실패한 수술로 기록될 것입니다. 반대로 디스커버리 루프가 연구 자동화에서 성과를 내면, 구글은 투자자로서 과실을 챙기면서 딘의 유산도 이어가는 그림이 됩니다. 더 디코더의 분석처럼 이번 개편은 위기이자 재정렬입니다.
1년 후 딥마인드는 지금보다 훨씬 제품 중심의 조직이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허사비스가 말한 “눈앞의 AGI”가 과장인지 아닌지도, 그 무렵이면 조금은 윤곽이 드러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이번 개편, 세대교체로 보시나요 아니면 위기 신호로 보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