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 AI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애플은 6월 8일(현지 시각) 애플 파크에서 열린 WWDC 2026 키노트에서 15년 만에 음성비서를 완전히 새로 만든 시리 AI를 공개했습니다(관련 글: 제미나이 시리 진짜 올까). 그런데 그 두뇌가 애플이 직접 만든 모델이 아니라, 구글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가장 큰 화제입니다.
목차
- 15년 만의 시리, 결국 제미나이를 빌렸다
- 시리 AI는 어떻게 작동하나, 3단계 구조
- 클로드·챗GPT도 고른다, iOS 27 익스텐션
- 팀 쿡의 마지막 키노트, 그리고 고백
- 그 외 iOS 27에서 바뀌는 것들
- 마스터의 시각, 애플은 졌지만 이긴 걸지도
- 자주 묻는 질문
15년 만의 시리, 결국 제미나이를 빌렸다
애플은 이번 시리 AI를 두고 “15년 만의 가장 큰 변화”라고 소개했습니다. 핵심은 시리를 바닥부터 다시 설계하면서 구글의 맞춤형 제미나이 모델을 두뇌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여러 매체는 이 모델의 규모를 약 1.2조 파라미터로 보도했고(제미나이 3.5 프로 살펴보기), 애플이 연간 약 10억 달러를 구글에 지불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애플 뉴스룸 공식 발표가 “차세대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표현만 쓸 뿐 구글이라는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존심 강한 애플이 경쟁사의 모델을 빌렸다는 사실을, 굳이 무대 위에서 또렷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애플 뉴스룸 공식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선택은 애플이 자체 거대 언어 모델 경쟁에서 한발 늦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신호로 읽힙니다.
시리 AI는 어떻게 작동하나, 3단계 구조
시리 AI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3단계 라우팅 구조입니다. 간단한 요청은 기기 안에서 애플 자체 모델이 처리하고, 중간 난이도의 작업은 애플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로 넘기며, 가장 무거운 추론만 구글 클라우드의 제미나이 모델로 보냅니다.
애플은 이 과정에서 질의가 “무상태(stateless)”로 처리되어 어떤 데이터도 남지 않으며, 계약상 구글이 애플 사용자 데이터로 미래 모델을 학습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AI에서 프라이버시는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새 시리 AI는 시스템 전반에 녹아 있을 뿐 아니라 아이폰·아이패드·맥에서 독립 앱으로도 등장해, 메시지·이메일·사진을 가로질러 검색하고 화면에 보이는 내용을 이해하며 여러 단계 명령을 한 번에 실행합니다.
클로드·챗GPT도 고른다, iOS 27 익스텐션
한국 사용자에게 어쩌면 더 반가운 소식은 따로 있습니다. iOS 27 익스텐션을 통해 시리의 기본 비서를 앤트로픽 클로드나 오픈AI 챗GPT 같은 제3자 AI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제미나이가 기본값이지만, 라이팅 툴이나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같은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 전반에서 원하는 모델을 직접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챗GPT 한 곳에만 묶여 있던 애플의 폐쇄적 구조가 처음으로 열린 셈입니다. 여기에는 경쟁 압박과 함께 유럽연합 디지털시장법(DMA)의 영향도 컸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DMA 때문에, 시리 AI는 EU 지역의 iOS 27·iPadOS 27에서는 출시 초기에 제공되지 않습니다. 규제가 개방을 강제하면서 동시에 출시를 늦추는 묘한 풍경입니다.
팀 쿡의 마지막 키노트, 그리고 고백
이번 키노트는 팀 쿡이 CEO로서 무대에 서는 마지막 자리였습니다. 애플은 쿡이 9월 1일부로 하드웨어 책임자 존 터너스에게 CEO 자리를 넘긴다고 밝혔습니다. 한 시대의 마무리답게, 쿡은 평소의 애플답지 않은 솔직한 고백을 내놓았습니다.
쿡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약속한 모든 것을 아직 다 이루지는 못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지난달 애플이 2024년 시리 기능 마케팅을 두고 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소비자 집단소송을 합의한 일을 떠올리면, 이번 키노트는 사실상 그때 약속했던 기능을 뒤늦게 배달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 외 iOS 27에서 바뀌는 것들
시리 AI에 가렸지만 iOS 27의 성능 개선도 만만치 않습니다. 애플은 최적화를 통해 체감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요 변화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목 | 개선 내용 |
|---|---|
| 앱 실행 속도 | 최대 30% 빠르게 |
| 촬영 후 사진 로딩 | 최대 70% 빠르게 |
| 에어드롭 전송 | 최대 80% 빠르게 |
| 아이패드 외장 드라이브 탐색 | 최대 5배 빠르게 |
리퀴드 글래스와 사진 기능
지난해 비판을 받았던 리퀴드 글래스 디자인은 설정에서 투명도를 직접 조절하는 슬라이더가 생겼습니다. 사진 앱에는 촬영 뒤 구도를 다시 잡아주는 ‘스페이셜 리프레이밍’이,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에는 사실적인 이미지 생성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메시지에서는 대화 내용을 한 번 탭으로 메모나 미리 알림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 일정
이번 발표는 iOS 27, iPadOS 27, macOS 27(골든 게이트), watchOS 27, visionOS 27, tvOS 27을 아우릅니다. 개발자 베타는 즉시 제공되며, 공개 베타는 7월 중순, 정식 출시는 올가을 새 아이폰과 함께 예정돼 있습니다.
마스터의 시각, 애플은 졌지만 이긴 걸지도
솔직히 말하면, 애플이 남의 모델을 빌렸다는 사실에 실망한 분도 계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자체 모델로 승부하던 애플이 구글에 매년 10억 달러를 내며 두뇌를 빌리는 모습은, 분명 ‘졌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런데 한 발 떨어져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애플이 가진 무기는 20억 대가 넘는 활성 기기라는 압도적인 유통망과, 경쟁사가 흉내 내기 어려운 프라이버시 아키텍처입니다. 모델은 빌려도 사용자 경험과 신뢰는 애플의 것입니다. 제 예상으로는, 1년 뒤쯤이면 대부분의 사용자는 시리 AI 뒤에서 누가 일하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작년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기본값의 힘으로 점유율을 지킨 사례와 비슷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은 남습니다. 매년 10억 달러짜리 라이선스 비용을, 애플은 과연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을까요.
자주 묻는 질문
시리 AI는 언제 한국에서 쓸 수 있나요?
개발자 베타는 즉시, 공개 베타는 7월 중순, 정식판은 올가을 새 아이폰과 함께 제공될 예정입니다. EU와 달리 한국은 초기 제공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리 AI 대신 클로드나 챗GPT를 기본으로 쓸 수 있나요?
네. iOS 27 익스텐션에서 제3자 AI 모델을 기본 비서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기본값은 제미나이지만 설정에서 클로드나 챗GPT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시리 AI의 기본 모델로 제미나이, 클로드, 챗GPT 중 무엇을 고르시겠어요?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공유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