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오픈AI 가처분 신청,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애플 오픈AI 가처분 신청이 8월 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접수됐습니다. 7월에 영업비밀 소송을 제기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나온 초강수입니다. 애플은 “피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며 본안 판결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대체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요. 애플 오픈AI 분쟁이 가처분 국면까지 온 과정과 쟁점,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짚어봅니다.

애플 오픈AI 소송, 한 달 만에 가처분까지

이번 애플 오픈AI 소송의 출발점은 지난 7월 10일입니다. 애플은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오픈AI와 전직 직원 두 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Jony Ive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io를 65억 달러에 인수하며 자체 기기 개발에 뛰어든 오픈AI가, 애플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기밀까지 함께 가져갔다는 주장입니다. 소장에는 io도 피고로 이름을 올렸지만, Jony Ive 개인은 제외됐습니다.

애플 오픈AI 가처분 신청,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사진: bankinfosecurity.com)

지목된 인물은 두 명입니다. 오픈AI 하드웨어 총괄 탄 유 탄(Tang Yew Tan)은 애플 부사장 출신으로, 협력업체 정보를 개인 이메일로 전송하고 애플을 떠나는 동료들에게 퇴직 절차를 우회하는 요령을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애플에서 8년간 시니어 시스템 전기 엔지니어로 일한 창 리우(Chang Liu)는 회사 지급 컴퓨터를 반납하지 않은 채 미공개 기술 문서를 대량으로 내려받았다는 혐의입니다.

여기에 최근 1년 사이 애플에서 오픈AI에 합류한 인력이 400명 규모라는 정황까지 겹치면, 애플이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소송 초기 상황과 배경은 애플의 오픈AI 소송, 400명 이직이 부른 전면전일까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다섯 가지 요구, 두 가지 거절

이번 가처분 신청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애플이 소송 직후 오픈AI에 보낸 서한입니다. 애플은 가처분 없이 문제를 해결할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고, 오픈AI는 그중 세 가지만 받아들였습니다. 결렬된 나머지 두 가지가 결국 법원행의 방아쇠가 됐습니다.

애플 오픈AI 가처분 신청,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사진: fracttal.com)

애플이 제시한 다섯 가지 조건

  • 애플 기밀 정보에 대한 접근·취득·사용 중단
  • 진행 중인 사용·공개 행위의 즉각 중지
  • 모든 증거 보전
  • 기기·클라우드·이메일·슬랙·팀즈 등 저장소에 대한 포렌식 조사 허용
  • 오픈AI 내부 시스템에서 애플 기밀 정보 전수 검색

오픈AI는 앞의 세 가지에는 동의했지만 포렌식 조사와 전수 검색은 거부했습니다. 애플은 이에 더해 주요 임직원 증언과 조기 문서 제출을 요구하는 신속 증거개시(expedited discovery) 신청서도 별도로 냈습니다. 전형적인 속도전 전략입니다.

포렌식 조사가 진짜 쟁점인 이유

애플 입장에서는 상대 시스템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 외에 유출 범위를 확정할 방법이 없습니다. 반대로 오픈AI 입장에서 이 요구는 경쟁사에게 자사 하드웨어 개발 현황이 통째로 노출될 수 있는 위험한 문입니다. 애플 오픈AI 양쪽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지점이고, 솔직히 저는 이 두 조항이 처음부터 합의될 수 없는 요구였다고 봅니다.

“이상하게 사적인 소송” — 오픈AI의 반격

가처분 신청 전날인 8월 3일 밤, 오픈AI는 이번 사건에 대한 가장 긴 공개 반박문을 올렸습니다. 표현이 상당히 셉니다. 애플의 소송을 “부주의하고 공격적이며 이상하게 사적인(oddly personal) 소송”이라 부르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 중 하나라는 애플의 명성에 걸맞지 않다”고 받아쳤습니다. 영업비밀에 대해서는 “갖고 있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애플 오픈AI 갈등이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애플 오픈AI 가처분 신청,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사진: apnews.com)

‘사적인’이라는 단어 선택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분쟁의 본질이 문서 몇 건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라는 걸 양쪽 모두 알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탄 유 탄을 비롯한 오픈AI 하드웨어 조직의 핵심 인력 다수가 애플 출신이고, 분석가들은 오픈AI가 앱도 운영체제도 필요 없는 새로운 형태의 AI 기기를 만들고 있다고 봅니다. 성사된다면 아이폰 생태계의 심장을 겨누는 물건입니다. 애플이 실적 발표에서 좋은 숫자를 내놓고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는 이유(애플 실적, 아이폰이 22% 뛰었는데 주가는 왜 빠졌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처분 신청서 원문과 상세 내용은 9to5Mac의 보도에서, 오픈AI의 반박문 요지는 별도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월 1일 심리, 애플 오픈AI 분쟁은 어디로

가처분 심리는 10월 1일로 잡혔습니다. 미국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되려면 회복 불가능한 손해와 본안 승소 가능성을 함께 입증해야 하는데, 문턱이 꽤 높습니다. 애플이 신청서에 “하루가 지날 때마다 오픈AI가 훔친 정보를 하드웨어 개발에 심고 있다”는 표현을 쓴 것도 바로 이 요건을 정면으로 겨냥한 문장입니다.

제 예상은 이렇습니다. 법원이 포렌식 조사를 통째로 허용하거나 통째로 기각하기보다는, 중립적인 제3자 전문가가 제한된 범위만 조사하는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010년대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이 그랬듯, 이런 초대형 분쟁은 수년을 끌다 결국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번엔 특허가 아니라 사람이 쟁점이라는 게 다릅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경업금지 약정이 무효라서, 인재 유출에 맞설 사실상 유일한 무기가 영업비밀 소송입니다. 애플 오픈AI 소송이 유난히 거칠어진 이유입니다.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상장 초읽기에 들어간 앤트로픽(앤트로픽 IPO 초읽기, 1조 달러 몸값 인정받을까)부터 하드웨어로 영토를 넓히려는 오픈AI까지, AI 업계 전체가 다음 라운드를 앞두고 몸싸움을 벌이는 국면입니다. 1년 후에는 ‘AI 기기’라는 카테고리가 실제 제품으로 판가름 나 있을 것 같고, 이 소송의 결과가 그 출발선을 정할 겁니다.

마무리하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애플은 다섯 가지를 요구했고, 오픈AI는 세 가지만 수용했으며, 나머지 두 가지를 받아내기 위해 애플 오픈AI 가처분 카드가 등장했습니다. 10월 1일 심리가 1차 분수령이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후속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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