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오픈AI 소송, 400명 이직이 부른 전면전일까

애플이 결국 칼을 뽑았습니다.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애플은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오픈AI 소송을 제기하며, 오픈AI가 자사의 영업비밀을 조직적으로 빼돌려 미공개 AI 기기 개발에 활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장에는 반납되지 않은 노트북, 면접장에 부품을 들고 오라는 요구, 그리고 400명이 넘는 이직자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담겼습니다.

오픈AI 소송, 무슨 일이 벌어졌나

애플이 제기한 이번 오픈AI 소송의 핵심 주장은 명확합니다. 오픈AI가 애플 출신 인력을 대거 흡수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채용을 넘어 “기관 차원의 조직적인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소장에 따르면 현재 오픈AI에는 400명이 넘는 애플 출신 직원이 근무 중이며, 상당수가 칩 설계·하드웨어·온디바이스 AI처럼 애플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조직 출신입니다.

애플의 오픈AI 소송, 400명 이직이 부른 전면전일까
(사진: gettyimages.co.uk)

애플은 이 인력 이동이 자연스러운 커리어 이동이 아니라고 봅니다. 소장 표현을 빌리면 “기술 직원부터 최고하드웨어책임자까지 모든 층위에서” 애플의 영업비밀과 기밀 정보를 빼돌리는 행위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심지어 오픈AI가 퇴사 예정인 애플 직원들에게 회사의 보안 절차를 우회하는 방법까지 코치했다는 주장도 담겼습니다.

반납 안 된 노트북과 ‘쇼 앤 텔’ 면접

이번 오픈AI 소송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구체적인 사례들입니다. 애플에서 8년간 시니어 시스템 전기 엔지니어로 일한 창 리우(Chang Liu)는 2026년 오픈AI로 이직하면서 회사 지급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았고, 그 노트북으로 미공개 제품 정보와 기술 사양, 엔지니어링 자료 등 기밀 파일 수십 건을 내려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애플의 오픈AI 소송, 400명 이직이 부른 전면전일까
(사진: The Verge)

더 놀라운 건 면접 방식입니다. 애플 부사장 출신으로 현재 오픈AI 하드웨어를 총괄하는 탕 탄(Tang Tan)이 애플에 재직 중인 지원자들에게 ‘실제 부품’을 면접장에 가져와 보여주는 이른바 ‘쇼 앤 텔’ 세션을 지시했다는 주장입니다. 부품 공급망과 협력사 선정 과정에 대한 질문도 면접에서 오갔다고 소장은 적고 있습니다.

채용 면접인가, 기술 브리핑인가

솔직히 이 대목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이라면 채용 면접이 아니라 사실상 기술 브리핑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은 애플 측의 일방적 주장이고, 법정에서 증거로 입증돼야 할 내용입니다. 다만 애플이 협력사 관련 정황까지 소장에 담은 걸 보면, 꽤 오래전부터 조용히 증거를 모아왔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조니 아이브의 io, 예고된 충돌이었다

이번 소송의 피고에는 오픈AI뿐 아니라 io 프로덕츠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이폰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니 아이브가 세운 하드웨어 회사로, 오픈AI가 인수해 AI 기기 개발의 구심점으로 삼은 곳입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자사 전 디자인 수장이 만든 회사가 자사 출신 엔지니어들과 함께 경쟁 기기를 만드는 그림 자체가 위협일 수밖에 없습니다.

애플의 오픈AI 소송, 400명 이직이 부른 전면전일까
(사진: yahoo.com)

애플은 소장에서 오픈AI가 하드웨어 협력사들에 애플이 발명한 금속 마감 기법을 적용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협력사에는 마치 애플의 허락을 받은 것처럼 오해하게 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제조 공정 노하우는 애플이 수십 년간 쌓아온 가장 깊은 해자입니다. 내 예상으로는 애플이 인력 유출 자체보다 이 공정 기술의 유출을 훨씬 뼈아프게 느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어차피 움직이지만, 공정은 애플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오픈AI의 반박, 그리고 IPO라는 변수

오픈AI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회사의 영업비밀에 관심이 없다. 모든 사람에게 힘을 주는 혁신적인 기술을 만드는 데 집중할 뿐”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법적 공방은 이제 시작이지만, 타이밍이 미묘합니다. 오픈AI는 오는 9월을 목표로 약 7,300억 달러 밸류에이션의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상 최대 테크 IPO를 앞둔 시점에 오픈AI 소송이라는 대형 리스크가 얹힌 셈입니다.

웨이모-우버 소송의 기시감

이 구도, 어딘가 낯익지 않으신가요? 자율주행 초기 웨이모와 우버가 벌인 영업비밀 소송과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핵심 인력의 이직과 파일 다운로드가 쟁점이었고, 결국 우버가 지분 합의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번에도 끝까지 판결로 가기보다는 합의로 수렴할 확률이 높다고 보지만, 그 과정에서 오픈AI의 기기 출시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진짜 변수입니다. 최근 자체 AI 칩 ‘할라페뇨’까지 공개하며 하드웨어 야심을 드러낸 오픈AI로서는 뼈아픈 브레이크입니다.

이번 오픈AI 소송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이번 오픈AI 소송은 단순한 두 회사의 다툼이 아닙니다. AI 시대의 다음 격전지가 모델이 아니라 ‘기기’라는 사실을 양쪽 모두 인정한 사건입니다. 애플은 아이폰 폴드 양산으로 하드웨어 혁신의 고삐를 다시 쥐려 하고, 오픈AI는 챗GPT의 다음 단계로 손에 쥐는 물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길목에서 인재와 노하우를 둘러싼 충돌은 어쩌면 필연이었습니다.

근데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400명의 이직을 막지 못한 것이 과연 오픈AI의 잘못만일까요? 실리콘밸리에서 인재 이동은 산업의 혈류이고, 캘리포니아는 경업금지 조항조차 무효인 주입니다. 애플이 입증해야 하는 건 ‘사람이 옮겨갔다’가 아니라 ‘비밀이 옮겨갔다’는 사실입니다. 그 경계선을 법원이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앞으로 AI 업계 전체의 채용 문법이 바뀔 수 있습니다.

1년 후를 예측해 보자면, 이 소송의 승패와 무관하게 빅테크들의 퇴직자 보안 절차는 훨씬 촘촘해지고, AI 스타트업의 채용 면접에서는 전 직장 이야기가 금기어가 될 것 같습니다. 소장의 상세한 내용은 CNBC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오픈AI 소송, 애플의 정당한 방어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경쟁자 견제용 압박이라고 보시나요?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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